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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어쩌다 ‘ESG’...“ESG가 싫어요”

“나는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악마의 화신이라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I am increasingly convinced that corporate ESG is the Devil Incarnate).”

“ESG는 사기다(ESG is a scam).”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몇 달 전 트위터에서 이같은 악담을 쏟아냈다. 일부 기업은 이에 호응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풍부한 유동성으로 호황을 즐기던 기업들은 ESG라는 ‘새로운 사회적 부담’에 대해 별 반박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세계 경기침체 및 초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당장 이익 관리가 어려워진 기업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머스크가 이렇게 화난 이유는 지난 5월 ‘S&P ESG500 지수’ 탈락으로 추정된다. ▷동종 업체 대비 전기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관련 공시가 부족한 점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의 인종차별과 근무 환경 논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오토파일럿(주행 보조 장치) 안전성 조사 점수 등 사회(S)와 지배구조(G) 이슈가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테슬라가 환경(E) 분야 점수에서도 미국 대표 석유·화학기업인 엑손모빌보다도 못한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전기차와 태양광 기업에 탄소배출의 대명사인 석유화학기업보다 나쁜 환경 점수를 매긴 평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ESG에 대한 측정과 평가 기준이 평가기관마다 다양하기는 하나 테슬라가 낮은 환경 점수를 받은 데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

우선 환경 평가는 동일 산업 내에서 이뤄진다. 자동차는 자동차끼리, 정유는 정유끼리 비교가 필요한데 엑손은 동종 내 우수기업으로, 테슬라는 동종 내 열위기업으로 평가됐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그 연료인 휘발유를 만드는 데 탄소 배출이 더 많겠지만, 도로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책임은 정유산업과 자동차산업이 함께 지게 된다. 두 산업의 결합으로 소비자가 ‘이동 편의성’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전기자동차 기업이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기업보다 더 나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전기자동차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GM, 포드 등도 화석연료 차량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회사가 제품을 모두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전기차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는 환경 분야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나타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평가에는 과거의 실적만이 아닌 미래의 계획도 포함된다.

더구나 테슬라는 환경적 성과를 이미 경제적인 대가로 지불받아 왔다. 그동안 전기자동차 한 대당 약 1500만원 수준의 정부보조금을 받았고, 전기자동차 판매로 얻은 탄소배출권을 연간 수억달러어치 이상 매각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정부와 배출권시장에서 막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 기업의 우수한 환경 성과로 평가받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ESG평가에 대해 글로벌 기관, 그리고 정부, 기업들 모두가 관심은 있으나 무엇이 정확한 기준인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기준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고 해서 그것에 내포된 가치와 의미를 ‘사기’로 치부하는 것은 무리다. 이는 와인의 맛을 모르는 사람이 병에 라벨이 붙어있지 않으면 그 맛을 가짜라고 판단하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 아닐까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즉 ESG 시대에는 새로운 가치를 보는 틀이 있어야 하며, 새 틀에 대한 인식과 이해,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새 부대가 맘에 안 든다고 새 술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준환 SK사회적가치연구원 SV측정센터장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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