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두 바퀴 반을 돌아야 전역할 수 있다는 ‘화랑부대’ 11사단의 전우들이 오는 11월11일 오전 11시11분 강원도 홍천 실내체육관에서 11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화랑전우 11년 후 만남’으로 불리는 이 행사는 2000∼2001년 사단장이었던 김정일 예비역 육군 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1990년대에 근무했던 장병이 2000년에 모여 ‘화랑전우 10년 후 만남’ 행사를 하는 모습을 본 김 소장은 이를 부대 전통으로 승화시키자고 결심했다. 사단장부터 이등병에 이르기까지 11년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참여를 원하는 병사와 간부들은 자발적으로 각각 5000원과 2만원씩 냈다. 참여를 약속한 인원은 모두 4500여명으로 사단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에 이른다. 이렇게 모인 돈 6000여만원은 고스란히 쌓여 행사자금이 됐다.

당시 사단참모들과 연대장 등 간부 약 10명으로 구성된 행사추진위원회는 매달11일에 모여 행사를 준비해왔다. 홈페이지(www.11sadan.kr)를 개설해 행사 참여신청을 받는 한편,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입에서 입으로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기와 선·후배들을 찾는 소식들로 떠들썩하다. 행사에는 2000∼2001년 화랑부대에서 복무한 전우와 가족뿐 아니라 자매결연 민간단체, 홍천군민 등이 참석해 민·관·군이 어우러지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오전에는 ‘전우 재회의 시간’과 함께 군 장비 전시회, 의장행사 등이 펼쳐지고 오후에는 부대 방문의 시간이 마련된다. 예비역들은 당시 ‘나에게 보내는 편지’, ‘11년 후의 나의 모습’ 등을 적어 묻었던 타임캡슐을 개봉하고 현역 병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육군 관계자는 31일 “11사단은 고되고 강한 훈련 때문에 자대배치할 때 흔히 회피하는 부대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만큼 전우애도 돈독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행사 관계자는 “전역 후 군에 대한 추억으로 살아가지만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를 방문할 기회는 별로 없다”면서 “11년 전 함께했던 추억을 되살리고 새로운 ‘전역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우 기자@dewkim2>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