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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 정보라인 ‘삽질’…무너진 인적 정보망 조기복원 난망
국정원-국방부 상충된 정보충돌
첨단 신호·영상장비와 대조적

국가정보원과 군당국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낌새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김 위원장이 어디에서 사망했는지를 놓고도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등 대북 정보라인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김정일 전용열차는 ‘평양용성 1호역’에서 움직인 적이 없다”고 보고했다. 반면, 군당국은 “16~18일 사이 김정일 전용열차가 움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정보를 수집하는 양대 기관이 이틀간이나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변이상을 파악하지 못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성 등을 통해 집중 관찰하고 있는 김정일 특별열차의 이동 여부를 놓고 ‘정보충돌’을 빚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국정원과 군의 정보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 1일 원세훈 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연평도 포격을 사전에 알았다는 취지로 “정보를 입수해서 청와대와 군에 다 전했다”고 답한 데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는 “언제 그런 정보분석을 했고 보고를 했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 숙소에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침입해 소동이 난 것도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 측의 정보 신경전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국정원과 군당국은 지난 3월부터 정기 군사정보평가회의를 열고 있다. 국정원 3차장에 현역 육군소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 판단조차 공유하지 못해 여전히 두 기관 간의 협의와 정보공유시스템에 문제를 드러냈다.

군당국과 국정원의 정보원이 다르기 때문에 정보판단에 혼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군과 정보당국의 휴민트(HUMINTㆍ인적 정보)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북정보는 첨단장비로 신호정보를 포착하는 시진트(SIGINT)와 사람이 수집하는 휴민트로 나뉘는데, 겉에서 보는 시진트와 안에서 파악하는 휴민트를 결합해야 정보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0여년간 여야 정권교체라는 외풍에 정보라인의 줄서기가 만연하면서 주요 인력들이 현직을 떠나고 MB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로 북한 내부의 ‘비둘기파’가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휴민트가 붕괴돼 북한군의 장비가 이동하는 모습은 포착하면서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지 못하는 ‘반쪽 정보수집’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인적 정보망이 허술한 것과 달리 시진트는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우리 군의 백두금강 정찰기와 미국의 U-2 고공정찰기, RC-135S(코브라 볼), E3 공중조기경보기, KH-12 정찰위성 등을 통해 시진트가 수집된다. 군의 전술정찰용 항공기인 RC-800은 최고 1만3000m까지 상승해 신호정보는 백두산까지, 영상정보는 금강산 이북지역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백두금강 정찰기로 불린다.

국방예산 증액으로 신호·영상정보 수준은 계속 확장되겠지만 인적정보망은 사람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조기에 최고 수준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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