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웹사이트 자료]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인이 간첩 혐의로 체포된 건과 관련해 정부는 “러시아측과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러시아 국영 언론의 보도로 해당 사실이 알려진 점, 사안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보다 물밑에서 외교 교섭을 통해 우리 국민의 신변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데 우선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우리 국민이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 대변인은 “현지 공관은 해당 우리 국민의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의 힌변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전날 “간첩 범죄 수사 중 한국인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한국인 백모 씨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육로로 블라디보스토크로 입국한 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고,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혐의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의 반역과 간첩죄에 대한 선고 형량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외교적으로도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된다. 러시아 국민에게는 반역죄, 외국인이나 무국적자에게는 간첩죄를 규정하고 있다.
일부 매체는 백씨가 선교사이며, 북한이탈주민 구출 활동을 해왔다는 현지 주민의 증언을 보도했다. 북한 노동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독교단체나 인권 단체 등 지원을 받았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현 단계에서는 우리 국민의 체포와 이를 공개한 러시아의 의도 등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상당수 있다.
러시아가 우리 국민을 체포한 시점이 1월이고, 2월에 구금 장소를 옮겼다는 타스 통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3월이 돼서야 국영 매체를 통해 해당 사실을 공개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차관이 방한하는 등 최근 북러 간 밀착 교류 과정에서도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 관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 수사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관련 언급을 최대한 삼가면서 외교적 해결을 위한 대응에 주력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