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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새해 밝히는 지구촌나눔 현장…몽골 메리 워드 센터를 가다
먹을 것 보다 ‘멘토 육성’을 지원하는 메리 워드 센터
[울란바토르(몽골)=김영상 기자]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30분 거리의 외곽. 아담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간판에는 ‘메리 워드 센터(Mary Ward Center)라고 씌여 있다.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간판에선 포근함이 느껴진다.

이곳은 한국 수녀들이 운영하는 몽골 내 자선단체이자 종합복지관 형태의 교육기관이다.

초미옥 수녀(루시아)는 “여기는 종교단체가 아니라 복지가 바탕된 교육기관입니다”라며 “몽골 청소년들을 위해 공부방, 숙식, 멘토 교육 등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센터는 2006년 문을 열었다. 초미옥 수녀를 비롯해 한국인 수녀는 총 5명. 이건숙(아녜스) 수녀, 박명순(아우렌시아), 이인숙(세실리아), 전영은(베로니카) 수녀 등이 함께 센터를 운영한다.

초미옥 수녀의 안내를 받아 센터를 들어가니 입구에 식당이 보인다. 몽골 소녀 2명이 설겆이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스스로 밥을 해먹고, 스스로 치웁니다. 모든 것은 청소년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죠.”

센터는 지방의 유학생들과 인근 빈민가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갖추고 있다. 지방에서 상경한 유목민의 딸들도 돌보고 있다. 3층 기숙사에서 이들은 생활한다. 센터 내엔 세종학당도 운영 중인데, 장학생을 뽑아 한국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이곳에 입주한 몽골 청소년들에겐 센터는 집이고, 수녀들은 엄마다.
 
울란바토르 청소년들은 몽골의 미래다. 열악한 공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센터를 찾는 청소년들이 많다. 몽골 ‘청년 리더’를 키워주는 메리 워드 센터에서 밤늦게까지 몽골 소녀들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몽골에서 교육 나눔이 필요한 이유는 몇가지 있다. 몽골은 면적이 한반도의 7.4배인 156만7000㎢에 달한다. 수도인 울란바토르만 해도 면적은 서울의 2.2배다. 거대한 땅덩어리엔 자원이 무궁무진하게 숨어 있다. 석탄 동 몰리브덴 텅스텐 아연 금 등 세계 10대 자원부국이다. 그런데도 인구는 총 278만명에 불과하다. 울란바토르 인구는 이중 124만명. 나머지 큰 땅에 인구 154만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 못하다. 교육 환경은 열악하다. 몽골 특유의 이동식 주거형태, 천막집인 ‘게르’는 가만히 앉아서 청소년들이 배울 수 있는 환경에 취약하다. 몽골이 1인당 GDP 3100달러로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미흡한 교육환경과 무관치 않다.

몽골은 한국과 1990년 수교했고, 20여년 이상 메리 워드 센터를 비롯한 민간단체는 그래서 몽골에서의 교육 나눔을 펼쳐왔다.

중요한 것은 몽골에서는 선교활동이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몽골은 원래 티베트에 이어 두번째로 불교가 융성한 국가였으나. 1924년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 약 70여년간 불교가 탄압되면서 입지가 약화됐다. 울란바토르 시에는 180여개의 교회(성당 포함) 및 사원이 있으며 이중 90여개가 교회, 60여개가 불교사원이고 나머지는 샤머니즘 계통 사원이다.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선교활동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비정부기구(NGO)가 몽골에서 글로벌나눔을 펼칠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센터 역시 그렇다. 이건숙(아녜스) 수녀는 “그래서 센터는 종교활동으로 다가가지 않고, 복지와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몽골을 발전시킬 인재를 키워 글로벌시장으로 내보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멘토를 키워준다. 몽골의 미래를 젊어질 멘토 청년을 육성함으로써, 그들이 다시 어린 소년, 소녀들의 선생님이 돼 몽골의 꿈나무가 되게 하는 것. 아프리카 현지에서 지역 인재를 육성해 마을을 이끌 지도자로 키우는 한국 기업의 교육나눔과 흡사하다. 루시아 수녀는 “우리가 60~70년대 청년들이 YMCA, YWCA 활동을 하며 지식인 청년 교육을 받아 나중에 국가발전에 일조했듯이, 몽골 청년들도 그렇게하기 위해 스스로 여기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몽골 의과대 본과 4학년인 바이샤 씨는 “고등학교인 틴에이저(Teenager)였을때 내 삶을 개선하고 싶어 센터에서 공부했고, 이젠 어린 동생들에게 꿈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카이스트에서 6개월간 공부도 했다는 염칭(대학교 4년)은 “어린 동생들이 그전엔 꿈이 뭐냐고 물으면 운전사나 주방장이라고들 했는데, 요즘엔 선생님도 컴퓨터 엔지니어도 되겠다는 답이 많아져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들은 센터가 키우는 ‘젊은 리더’다. 이들 같은 젊은 리더가 많아질 수록 몽골에겐 희망이 생기는 것이라고 센터 측은 강조한다. 이들 젊은 리더는 센터 내 학생들과 어울려 자원봉사 활동도 전개한다.

센터에서 숙식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청소년들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다. 엄마처럼 따르는 수녀들에게서 한국어를 틈틈이 배우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은 이들에겐 배워야 할 나라로 각인돼 있다.

“저도 개인적으로 성공하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몽골을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그래서 관심이 큽니다.”

센터의 멘토인 염칭의 말에선 몽골의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센터가 펼치는 몽골에서의 글로벌 나눔. 희망 찬 몽골, 더 나은 몽골을 위해 일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 새로 뛰는 지구촌 나눔, 몽골에서 첫번째 희망가는 이렇게 울려 퍼졌다.

글ㆍ사진=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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