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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이자 할부 없는데…결혼 미뤄야 하나?
수수료 비싸 혼수장만 큰 부담
카드-유통사 싸움 서민만 피해
예비부부 절반 “결혼 미뤘다”


4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 정태호(31ㆍ가명) 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얼마전 폐지된 카드 무이자 할부 때문이다.

정 씨는 혼수용품 구입을 위해 지난주 말 서울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샅샅이 돌아다녔지만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곳을 찾지 못했다.

정 씨는 “신혼집도 신부와 함께 돈을 모아 겨우 마련했다”며 “혼수용품도 당장 목돈이 없어 최대한 저렴한 것을 찾아 할부로 사려 했는데 무이자 혜택이 없어지니 앞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할부로 산다고 해도 할부수수료가 20%에 달해 매달 나가는 수수료만 해도 무시못할 수준”이라며 “카드 무이자할부 폐지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사와 대형마트 등 유통사 간 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에 대한 비용 부담 문제가 이달부터 서비스 중단 사태를 빚고 있다. 이 와중에 피해를 보는 것은 중산서민층이다. 서민은 목돈을 지불하기도, 고액 할부 수수료를 물기도 부담스럽다.

정 씨의 사례처럼 당장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신혼부부가 카드사와 유통사 간 싸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9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인 사람인이 20~30대 미혼 직장인 4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3.6%가 “불황으로 결혼을 미뤘다”고 응답했고, 결혼비용 중 가장 부담이 되는 항목 2위를 혼수비용(10.9%)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부담을 덜 수 있었던 무이자 할부까지 폐지되면서 이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신혼부부만이 아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자취를 준비 중인 김세민(20) 씨는 “돈이 없어 풀옵션 원룸을 포기하고 반지하 방을 겨우 구해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알아보고 있지만 무이자 할부가 없어지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무이자 할부는 주로 서민이 이용하는 서비스인데도 법 개정과 시행 과정에서 이 같은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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