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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매년 짧아지는 ‘월급의 수명’...투자ㆍ소비행태 변해야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1.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정주리(정유미 분)는 첫 월급날 눈물을 흘렸다. 학자금 대출액 82만4600원이 순식간에 자동이체되면서 통장이 텅텅 빈 것이다. 한 달 동안 고생해 번 월급이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몇 초에 불과했다.

#2. 일산에 사는 직장인 성수진(32ㆍ가명) 씨는 월급 구경을 못한 지 오래다. 보험료ㆍ통신료ㆍ카드값ㆍ각종 공과금 등이 사이버머니를 통해 한 번에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통장 잔액은 언제나 제자리걸음이고 맞벌이를 하지만 두 아이 키우기에도 빠듯하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수입이 더 줄어서 결국 친정에 손을 내밀어야 했다.

대한민국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2월 직장인 5531명을 대상으로 ‘월급을 다 쓰는 데 걸리는 기간’을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16일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조사 때보다 하루가 줄어든 수치다. 5531명의 응답자 가운데 61.2%는 다음 급여일 전에 이미 월급을 다 써버린다고 대답했다. 월급날이 다시 돌아오는 기간까지 직장인은 카드빚을 내면서 ‘월급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

안타까운 현실을 풍자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용어는 ‘월급 로그아웃’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로그인ㆍ로그아웃을 하듯 월급이 통장에 들어왔다 한번에 빠져 나가는 형상을 빗댔다. ‘퍼가요’는 SNS상의 용어지만 카드사와 통신사가 전월 사용료를 인출해가는 모습을 대변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이처럼 월급 수명이 단축된 원인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꼽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지만 학자금대출과 생활비 지출로 교육비도 회수 못하는 ‘워킹푸어’를 비롯한 ‘푸어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 하우스푸어, 에듀푸어, 베이비푸어, 웨딩푸어도 비슷한 경우다.

LG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졸 워킹푸어’는 2000년 16만6000명에서 2005년에는 34만1000명, 2011년에는 67만5000명으로 매년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우스푸어와 에듀푸어도 각각 370여만명, 310여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한 프라이빗뱅커(PB) 팀장은 “직장인은 대개 40대 중반부터 잉여자금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30대까지는 급여도 많지 않고 결혼과 출산, 양육비용 때문에 재테크를 위한 종자돈 마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행태나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장은 “자신의 역량과 미래소득을 예측해서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박 센터장은 “2008년까지는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률 6%를 유지해왔지만 현재는 3.4% 정도로 하락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도 6%의 성장을 할 것으로 생각해 투자하고 소비한다”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버리고 저성장 시대에 맞는 투자ㆍ소비행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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