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선희 외무상.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29일 “조일(북일) 대화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며 우리는 일본의 그 어떤 접촉시도에 대해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에 이어 최 외무상까지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은 사실상 무산된 수순이다.

최 외무상은 이날 담화를 통해 “기시다 일본 수상이 ‘납치문제’를 또다시 언급하며 조일 사이의 여러 현안 해결을 위해 종래의 방침 아래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현실을 애써 거부하고 외면하면서 실현할 수 없는 것, 해결할 것이 없는 문제에 집착하고 끝까지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일본이 말하는 그 무슨 ‘납치문제’와 관련해 해결해 줄 것도 없을뿐더러 노력할 의무도 없고 또한 그러할 의사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최 외무상은 “일본이 우리의 주권행사를 방해하며 간섭하는 데 대하여서는 항상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앞서 리용남 중국 주재 북한대사는 “28일 중국 주재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 대사관 참사에게 전자우편으로 접촉을 제기해 왔다”며 “우리는 일본 측과 만날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공화국이 일본 측과 그 어떤 급에서도 만날 일이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명백히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25일 담화를 통해 “최근에도 기시다 (후미오) 수상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에게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일전에도 말했듯이 조일(북일)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가는 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실제적인 정치적 결단”이라며 “납치 문제에 의연 골몰한다면 수상의 구상이 인기 끌기에 불과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같은 날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지적하신 보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이전에 말했듯이 일본과 북한 관계, 납치 문제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중요하고, 총리 직할 수준에서 북한에 대해 여러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

이에 김 부부장은 이튿날인 26일 담화를 통해 “일본은 역사를 바꾸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며 새로운 조일(북일)관계의 첫발을 내디딜 용기가 전혀 없다”며 “일본 측과의 그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인 반응이 없자 북일 정상회담 추진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일본은) 저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 무슨 핵·미사일 현안이라는 표현을 꺼내들며 우리의 정당방위에 속하는 주권행사를 간섭하고 문제시하려 들었다”며 “해결될래야 될 수도 없고 또 해결할 것도 없는 불가 극복의 문제들을 붙잡고 있는 일본의 태도가 이를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외무상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일본과의 접촉을 거부하면서 북일 정상회담은 사실상 무산된 수순으로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리용남 대사가 일본 측이 대사관을 통해 접촉을 시도한 것을 공개한 것 역시 일본이 ‘전제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먼저 제기하고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정상회담 추진이 무산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